"한국통신은 이제 전화회사가 아닙니다."

한국통신 임원들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통신은 금년 12월10일 창사 2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된다.

이를 계기로 전화회사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기로 했다.

수년전부터 "사이버월드 리더"를 표방해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이버시대를 선도하는 종합 인터넷기업으로 변신,고객을 더 빠르고 더 행복한 세상으로 인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이 변신을 꾀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을 "정보기반 강국"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자신감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창사 초창기인 80년대에는 전화 적체를 해소했고 데이콤과 한국이동통신(지금의 SK텔레콤) 설립을 주도함으로써 데이터통신과 이동통신 기반 조성에도 기여했다.

또 전국 광케이블망을 구축,정보화 기반을 다졌다.

그런데도 90년대 후반 한국통신을 "공룡"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공기업으로서 통신시장을 독점하며 "공룡"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한국통신이 키워놓은 통신회사들이 라이벌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95년 71.9%에 달했던 통신시장 점유율이 97년에는 55.3%로 떨어졌다.

당시 유선전화 비중이 83%에 달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통신은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판단,강력한 경영혁신에 나섰다.

97년 10월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된 것을 계기로 "PIN TO KT"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장 공모제 및 경영계약제,EVA(경제적부가가치)경영,책임회계제 등 공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경영기법들을 도입했다.

경영혁신이 한창일 무렵 외환위기가 터졌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다.

그러나 98년 한국통신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천7백86억원이나 증가했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영혁신을 시작한 덕분이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10조3천2백21억원,당기순이익 1조1백1억원을 달성했다.

1년전에 비해 매출은 7.6%,당기순이익은 1백64%나 늘었다.

한국통신의 혁신과 변신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선통신과 이동통신이 결합하고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통신으로서는 유선전화 위주의 사업영역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사이버월드 리더"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한국통신은 우선 유선통신 이동통신 인터넷을 통합하는 "워킹 네트워크"를 구현하기로 했다.

지난 3월 e비즈니스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이동통신회사인 KTF(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합병회사)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을 담당할 KT아이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발판을 마련해놓고 있다.

한국통신은 오는 12월 창사 20주년을 맞아 글로벌 종합통신기업 "KT그룹"으로 거듭난다.

또 내년 6월말까지 완전 민영화돼 민간기업으로 변신한다.

유.무선 통합시대,민영화시대,세계화시대에 "리더"가 되기 위해 한국통신은 지금도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