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안이 확정된 데 이어 해외매각을 포함한 외자유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따라서 하이닉스반도체는 일단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우선 현재 진행중인 지분매각 협상이 어떤 결과를 맺느냐가 하이닉스 회생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투자주체와 투자규모,투자조건 등이 외자유치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10억달러규모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 3억7천만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본드 발행 등을 통해 모두 1조8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를 위한 1단계 작업으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 현대관련 지분 19.2%와 10억달러 규모의 GDR 발행분중 2억달러를 동일한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한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이 경우 현대계열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펀드는 최대 지분을 확보,사실상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관심의 초점은 하이닉스의 최대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하이닉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계 투자펀드에는 반도체에 정통한 기업도 일부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수 반도체 계열 회사일 경우 하이닉스반도체는 확실한 전략적 제휴선을 얻게 되고 대외신인도도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 단기성 자본조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닉스의 박종섭 사장은 이번 협상에 따라 반도체 산업과 해외사업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 이사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국계 펀드의 뒤에 가려져있는 전략적 제휴선의 확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의 언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하이닉스는 외자유치를 통한 단기유동성 문제 해결과 함께 기업가치 증대와 신뢰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채규모에 비해 외자조달 규모 1조3천억원은 너무 적지 않느냐는 시장 일각의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한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반도체 가격의 일시반등에 따른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한 단기투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가격 ''바닥론''과 하이닉스의 자금난이 맞물린 지금이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D램 경기가 올 4.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메이커들의 재고가 바닥이 나면서 공급부족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금이 세계 D램시장의 17%를 차지하는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

하이닉스가 협상조건에 지분인수 후 일정기간 보유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안전장치를 두겠다고 밝힌 것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목표대로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자본조달 외에 이번 협상을 통해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선을 확보해야만 시장에 확고한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