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는 살아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임박했다는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미 경제의 최대기둥인 "소비"가 튼튼하다는 신호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11일 발표된 4월 소매판매와 5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동반급등했다.

매서운 감원한파 속에서도 미국인들의 씀씀이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철저한 소비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졌다.

소비는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만큼 회복이냐 침체냐의 기로에 선 미국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그래 이번 통계를 1.4분기의 "2% 경제성장"과 함께 미국 경기회복의 핵심 신호로 해석하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 다시 열린 미국인들의 지갑 =미 상무부는 4월 소매 판매가 0.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이다.

전월인 3월에는 0.2% 하락했었다.

미국인들이 닫았던 지갑을 다시 열었다는 증거다.

이날 소비심리 낙관 신호는 또 있었다.

미시간대학의 소비자신뢰지수다.

미시간 대학은 이날 소비자 신뢰지수가 92.6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4월(88.4)보다 4.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지난 1월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 회복 vs 일시적 현상 =최근 나온 각종 경제지표는 엇갈리는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이달초 발표된 4월 실업률은 10년만의 최고치였다.

곧이어 생산성 하락 소식이 잇따랐다.

6년만의 첫 하락이었다.

미 신경제 신화의 기둥이 무너졌다는 비관론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 경제신호는 다시 파란불이었다.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4만1천명이나 적었다.

여기에 소비심리까지 건실하다는 통계가 나오자 다시 낙관론이 대두된 것.

현재로선 월가의 의견도 낙관으로 기울고 있다.

소비가 경제의 최대 받침목이란게 근거다.

하지만 "계속되는 감원바람 속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스코틀랜드 로열뱅크의 수석 전략가 키트 죽스)는 우려는 남아 있다.

◇ 금리인하 가능성 =소비회복 통계가 나오자 금리인하에 대한 월가의 희망이 옅어졌다.

미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금리결정을 코 앞에 두고 회복신호가 나오자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소매 판매와 소비자 신뢰지수가 발표된 11일 미 증시에서는 다우가 0.82%, 나스닥이 1.01% 하락했다.

지난주만 해도 시카고선물시장 투자자들은 0.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에 1백%의 확률을 걸고 있었다.

이 확률은 11일 80%로 줄었다.

하지만 0.5%포인트 금리인하 예측이 여전히 월가에서는 대세다.

로이터 통신이 통계발표 직후 국채거래회사 25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6%인 24명이 0.5%포인트 금리인하를 점쳤다.

나머지 1개사는 금리가 0.25% 인하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만 금리인하 행진은 이제 종반부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미 경제의 병세는 금리인하의 약발 없이도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15일 금리인하가 마지막"(오브레이 랜스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이란 예측도 나왔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