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서 여성 기획자를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여성 CEO(최고경영자)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기획분야는 여성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웹디자인 시나리오 등 웬만한 실무과정을 모두 거친후에야 가능한 자리인데다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게임의 박지현(29)씨는 국내 게임업계에 몇안되는 여성기획자다.

대학졸업후 줄곧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한게임에서 온라인게임 기획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게임기획자를 꿈꿨다.

경북대 경제학과 91학번인 박씨는 남자 동기들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게임에 빠져들었다.

졸업후 게임기획 일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게임산업 환경이 척박할 때인데다 경험도 일천한 여성을 흔쾌히 받아줄 데는 없었다.

"바닥부터 다지자"는 각오로 시작한 웹디자인은 그가 게임을 맘껏 즐기면서도 경제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줬다.

97년 미국 "울티마 온라인"게임을 접한후 식음을 잊고 게임에 빠져들었을 때도 웹디자인 덕분에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증에 시달릴 즈음 한게임이 온라인 롤플레이게임(RPG)제작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입사를 결정했어요"

박씨는 입사 10개월만인 지난달 두 편의 웹게임을 선보였다.

눈싸움게임 "원더볼"과 다양한 음향효과를 더한 "고스톱2"가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고스톱2"는 한게임 김범수 사장이 개발한 초기버전의 업그레이드 성격이지만 "원더볼"은 첫 데뷔작이었다.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성에 차지는 않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게임기획자가 됐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다.

요즘 박씨는 테크노마트 게임제작지원센터안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7명의 개발팀과 함께 살다시피 하며 온라인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직접 게임기획을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역시 기획자는 하루 아침에 나오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한때는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인 리차드 게리어트같은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는 박지현씨.

"이제 명작보다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그의 손끝에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