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말 방콕의 45층짜리 오피스인 로자나타워 현장소장으로 갈 때는 아예 사표를 호주머니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3년짜리 공사인데 2년이 지나도록 10층밖에 못올린 상태였으니까요. 더구나 1년안에 끝내지 않으면 당장 1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했고 그룹이미지가 나빠져 방콕에서 가전제품을 파는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최근 LG건설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양외식 상무(건축공사Ⅱ담당)는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단다.

직장인으로서의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기로였다.

15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둔다는 생각보다 회사가 입을 엄청난 피해가 먼저 눈앞을 가렸다.

암담한 심정도 잠시였고 그는 평소 신조인 ''약속은 꼭 지켜라''는 한마디로 몰아붙였다.

처음엔 1개층을 올리는데 한달이나 걸렸던 것이 2∼3개월 지나자 4일로 단축됐다.

무사히 공사를 마치자 그는 사내에서 ''위기 해결사''란 별명이 붙었다.

회사는 이 ''해결사''를 서울 삼성동의 ''아셈호텔'' 2기 현장소장으로 불러들였다.

"다른 선배가 맡던 현장소장으로는 죽어도 못가겠다고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렸죠. 나중에 ''잡혀 와서'' 보니 휴가로 처리돼 있더군요.
현장감독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새로 짠 작업계획을 ''약속''으로 제시하면서 매달렸더니 아주 절친한 사이가 됐죠. 덩달아 현장내 상.하간 팀워크도 갖춰지더군요"

그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긴 지난 99년 10월 공사를 모두 마쳤다.

50년생인 그는 이번에 사내에서 새로 ''별(임원)''을 단 6명중 가장 나이가 많다.

입사한지 19년만이다.

경북공고를 나와 대구 영진건설에 몸담았다가 대구시 구청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절 영남대 건축공학과에 들어가 32세되던 82년초 졸업과 동시에 LG건설에 입사했다.

"현장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그는 "(3백억원이 넘는) 큰 공사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며 팀워크를 강조한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