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는 외국인들 눈에 장기투자할 만한 한국 기업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선진국 경기 침체로 국경을 넘는 투자활동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 직접투자 왜 줄어드나=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올해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FDI)액이 지난해보다 2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내 감소율은 이보다 훨씬 크다.

내부 요인이 더 컸다는 말이다.

산자부는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투자 매물이 줄어든데다 노사분규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된 것이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꺼린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보워터사는 제지업체인 세풍 인수를 포기,충격을 줬다.

보워터는 당초 조흥은행 등 채권은행단과 세풍의 유휴설비 정리 및 고용조정을 전제로 회사를 인수키로 합의했으나 직원 반발 등으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자 인수방침을 철회했다.

독일계 종합화학회사인 한국바스프도 설비 증설을 위한 추가 투자를 꾀하고 있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투자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는 한국에 설치하려는 설비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검증을 받는 것이라며 한국 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AT커니가 지난 1월 조사한 세계 각국의 투자환경 조사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60개국중 17위에 올랐을 뿐이다.

외국인 옴부즈맨 사무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다.

◇부실한 투자,불투명한 전망=지금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1백50억달러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IT(정보기술)경기가 식으면서 이 분야의 한국투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4월중 전기·전자분야 투자액은 불과 1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4월(4억1천4백만달러)의 4%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다 정부가 앞장서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무리지었다고 선언한 만큼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지분 매각이나 기업구조조정관련 매물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강성 노조문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직접투자를 꺼리게하는 주된 요인의 하나다.

외국인 투자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 1∼4월 제조업분야 외국인 투자는 5억2천4백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77.3%나 감소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기술이전 및 수입대체 효과 등을 가져올 수 있는 제조업 분야가 바람직하다"며 "서비스업에 편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건 산자부 투자진흥과장은 "미국과 일본 경기가 회복되면 투자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