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순회의장인 요한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서방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2일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남북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유럽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관측된다.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역할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온 EU는 미국 부시 행정부와 중국 및 북한과의 벌어진 틈을 이용,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 3월24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정세에 ''유럽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정한 후 EU 대표단의 남북한 동시방문을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이는 방북하는 EU 대표단이 동아시아 정세에 밝은 인물들로 구성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문제 담당 최고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지역통합 및 지역안보 전문가.

크리스 패튼 외교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997년까지 5년간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내는 등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인물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EU의 적극적 개입은 의장국인 스웨덴의 의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그동안 서방 국가로는 유일하게 서울과 평양 양측에 공관을 설치하는 등 남북한과 외교관계를 동시에 유지해 왔다.

페르손 총리도 "한반도는 냉전이 남아있는 마지막 장소로 남북사이에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커다란 ''정치적 도전''"이라며 남북한 동시 방문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냉각관계를 지속할 경우 스웨덴을 축으로 한 EU의 대 한반도 외교는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