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출자 전환과 정몽헌 회장 등을 비롯한 대주주 지분의 완전 감자로 사실상 준(準)공기업으로 재출범하는 현대건설이 28일 새 이사회를 구성,수뇌부 진용을 갖췄다.

현대건설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신규 이사진 후보로 심현영 사장 내정자,조충홍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강구현 계약관리실 상무 등 사내이사 3명과 김대영 현대건설 경영혁신위 위원장,어충조 삼일 인포마인 상임고문,이영우 국제신용투자보험자연맹 운영위원,김정호 국토연구원 부원장 등 사외이사 4명을 선임했다.

이들 신규 이사 후보 7명은 오는 18일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새 이사회 구성에 이어 임시주총 이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대폭적인 임원진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심현영 새 CEO(최고경영자)가 본격 업무에 들어가면 1백57명의 임원진(이사대우 포함)은 일괄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속 집행임원 재편작업은 벌써부터 조직 내부의 반발과 인물난 등으로 난항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 등 외부의 인사청탁까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임원진 일괄사표 제출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듯 파열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임원들은 "심 사장을 영입한 것은 현대건설을 살리라는 것이지 사람 물갈이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냈다.

게다가 ''심 사장 내정자가 외부에서 데려 온 사람들로 주요 보직을 채우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잘해 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은 물론 외부 인사들이 현대건설 입성을 위해 정부 고위층과 채권단에 인사청탁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심 사장 내정자가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를 찾아가 낙하산 인사 또는 외풍을 막아줄 것을 호소할 정도다.

외부 수혈을 위한 유능한 건설인 영입 작업도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새 경영진측은 "사람을 찾으니 없고 막상 쓸만한 사람은 고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놓고 현대건설 일부에서는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려 하는데 오려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더라"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사람 아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 신임 사장이 대폭적인 수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조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새 팀이 원만하게 진용을 갖추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