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전시행정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자체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홍보성 이벤트 행사를 기획, 기업들에 대규모 협찬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주) LG전자 등 형편이 괜찮은 대기업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지자체의 협찬요청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달 평균 4백여건의 각종 협찬요청이 쇄도,이를 처리하기 위한 담당부서를 아예 따로 두고 있다.

지난해 각종 협찬경비로 지출한 돈만 1백억원이 넘는다.

올들어서도 1.4분기에만 10억원이 넘게 지출됐다.

삼성측은 1∼2월 ''비수기''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협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월 평균 1백건이 넘는 행사 협찬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처리하는 것외에 지방 사업장이나 사업부에서 요청받는 것까지 감안하면 정확히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LG측은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올들어 10억원이 넘는 돈을 각종 지자체 행사에 ''협조''했으며 SK(주)도 3억5천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는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쳐 마케팅 효과를 얻기 힘들고 예술성 있는 공연행사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돼 있다는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또 근거 없는 협찬 효과분석서를 들이밀면서 ''압력''을 행사하거나 각종 연줄을 동원하는 등 접근방식도 교묘해 기업들로서는 처리하기가 난감하다고 밝히고 있다.

모 회사는 최근 수억원대 협찬 요청을 두 건 거절했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아시안페스티벌" 행사의 경우 협찬 요구액이 5억원이었다.

사실상 받아들일수 없는 액수를 제안한 것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특별시의 한 구청으로부터 구민회관 문화센터내에 PC를 놓아달라는 현물기부 요구를 받은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지역마케팅 차원에서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 연관 사업이나 기업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대상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유사한 요청이 밀려들까봐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천시가 어린이교통문화공원 조성을 위해 공사비 일부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으나 이를 거절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번 협찬했다는 소문이 나면 어떤 협찬요구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명분이 있어도 선뜻 나서기 힘들다는 것.

협찬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일부 기업의 경우 내부적으로 모든 대외행사에 협찬을 하지 않거나 연고지역으로 지원대상을 제한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매년 1회씩 포항시와 광양시에 도민체육성금으로 각각 5천만원과 3천만원을 내는 것 외에 올해 별도의 협찬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이심기.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