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출신들이 만든 벤처기업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총과 칼''이 아닌 ''기술력''을 앞세워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바로 하렉스인포텍이 화제의 회사.

세계를 제패한 이 회사의 주특기는 휴대폰 결제시스템.

이것만 있으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을 수 있고 구매대금도 결제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차세대 전천후 금융서비스 시스템이다.

사장을 비롯한 핵심임원들의 군 계급은 대부분 육군 소령에서 대령.

지휘관인 박경양(41) 대표는 육사 39기로 소령 출신.

그는 지난해 초 하렉스인포텍을 세운 뒤 육사생도 때 알고 지내던 인재들을 모았다.

먼저 현역 중령으로 육사에서 전자공학을 가르치던 김철기(34기) 교수를 연구소장으로 영입, 기술개발 파트를 맡겼다.

기획팀장인 조은상(42기.소령 출신)씨도 특이한 케이스다.

군도 중요하지만 경제부흥이 국방력의 증대로 이어진다는 박 대표의 말을 듣고 그날 바로 전역했다.

마케팅과 기술개발이 한계에 부딪힐 때 이런 선후배의 끈이 큰 힘을 발휘했다.

전쟁터의 군인처럼 서로 믿고 의지했다.

밤을 새워도 즐거웠다.

10시간이상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를 해도 피곤한줄 몰랐다.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력을 총동원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최근 국제 적외선 데이터협회(IrDA)가 하렉스인포텍의 적외선을 이용한 무선지불시스템을 국제 표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군인정신으로 뭉친 한국 벤처기업가의 기술이 세계의 기술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승리의 환호 뒤에는 다른 브레인들이 있었다.

황규민 부사장은 법무법인 한빛의 대표변호사다.

박 대표의 고교동기생이자 단짝이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척하는 사업이라는 박 대표의 꼬임(?)에 합류했다.

이희원(56) 감사는 박 대표의 고교선배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며 대우 경영관리실장을 지냈다.

오무영 전 비씨카드사장이 수석경영고문으로 있다.

박 대표는 "카드가 필요없는 카드리스(cardless)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군인정신인 불굴의 의지와 집념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02)3406-4000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