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뉴욕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가장 유행하는 놀이는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기놀이다.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손을 움직이면 머리회전이 빨라진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영어로도 "공기"라고 그대로 말한다.

뉴욕 맨해튼에서 서쪽으로 차로 20분정도 달리면 뉴저지를 가르는 가든스테이트파크웨이를 만난다.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몰중 하나인 가든스테이트몰이 여기에 있다.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장소다.

유일한 한국기업 매장인 모닝글로리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메이시백화점 바로 옆에 있다.

공기는 이 매장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상품중 하나다.

공기는 한 예일 뿐이다.

모닝글로리에서 파는 문구류와 ''블루 베어'' 등 캐릭터제품들은 이제 뉴욕지역의 청소년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상품이 됐다.

뉴욕의 유력일간지인 뉴스데일리는 최근 경제면 머릿기사로 이같은 ''모닝글로리 돌풍''을 크게 소개했다.

"청소년들이 모닝글로리의 전 제품에 매료되어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볼펜과 지우개 등의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급성장 비결은 "고품질을 갖춘데다 동심을 사로잡을 만큼 깜찍한 제품의 완성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모닝글로리가 뉴욕에 상륙한 것은 지난 96년초.

뉴욕지역의 대형 한국식 슈퍼체인인 한양마트를 운영하는 한택선 사장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모닝글로리제품을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교포들을 대상으로한 사업에서 벗어나 미국 주류사회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차원에서 선택한 품목이었다.

"그때까지 미국 문구제품은 실용성만 강조되었지 디자인이란 개념이 없었다"는 한 사장은 "디자인을 가미한 팬시상품인 모닝글로리가 새 시장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시장창출은 쉽지 않았다.

적지않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양마트에서 나온 이익금을 대부분 모닝글로리 홍보비용으로 사용했다.

도서관에 어린이프로그램을 후원하면서 공기놀이와 종이접기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공립학교의 각종 행사를 지원했다.

헬로키티 등 일본 브랜드와 맞서기위해 하루에 1만달러가 들어가는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하기도 했다.

초기엔 광고비가 매출보다 훨씬 많은 연 60만∼70만달러에 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매출은 연평균 3백%이상씩 늘어났다.

퀸즈 블루버드에 하나뿐이던 매장은 5년만에 뉴욕 뉴저지주의 5개 대형 쇼핑몰을 포함,7개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형태인 20개의 간판점으로 확대됐다.

내년말까지 사업지역을 코네티컷 매사추세츠주 등 미국 동부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점포를 1백개로 늘릴 계획이다.

점포당 연간매출을 최소한 평균 70만달러로만 추정해도 연간 총매출이 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은 ''싸고도 품질 좋은'' 상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모닝글로리는 문구제품중에서 ''가장 비싼 고급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욕 모닝글로리의 오종건 기획실장은 "한국식 디자인과 각종 제품에 찍혀있는 ''한글''을 미국 어린이들이 고급문화로 받아들이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미국의 10대시장은 지난해 1천5백50억달러(일리노이주 노스부룩의 틴에이지연구소)에 달했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이 시장에 대한 모닝글로리의 도전은 이익증대와 한국문화수출이라는 두마리 새를 동시에 잡게 해주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