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와 균형"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CFO(재무담당 최고임원)를 맡고 있는 허홍(38)이사.그는 사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간단히 표현했다.

하지만 그속에 깊은 뜻이 숨어있다.

CFO에게는 물론 기업의 손익을 나타내는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의사결정때 적절한 견제와 균형있는 시각의 제시가 필요하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택진 사장이 허 이사를 CFO로 영입한건 코스닥 상장을 한창 준비중이던 지난해 3월.서울대 경영학과 졸업한 후 외국계은행 증권사 대기업 재무팀 등을 두루 거친 경력과 그의 능력을 살핀 김 사장은 그를 스카우트했다.

허 이사의 균형 있는 재무감각과 폭 넓은 경험은 직원 대부분이 젊은 엔지니어인 회사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 허 이사가 세운 목표는 크게 두가지. 대내적으로는 늘어난 현금 및 매출 규모를 기반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회사의 적정한 가치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그는 첫번째 목표를 위해 과감한 해외진출 및 재무관리 등을 포함한 회사 시스템의 정비를 추진했다.

그 결과 리니지가 대만에서 최고의 인기 게임이 됐다.

미국과 홍콩시장 진출도 목전에 두고있다.

두번째 목표는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세계 시장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위해 그는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에 선뜻 투자를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떤 기업보다 견고한 재무제표와 자타가 공인하는 온라인게임 최고의 기술력을 무기로 부딪혀 나갔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기업의 내용과 가능성을 알렸다.

결실은 맺어졌다.

수개월 만에 장기투자 위주의 외국인지분이 20%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졌으나 지금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즘 허 이사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밤을 자주 지샌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조직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몇배 커진 회사를 챙기느라 바빠서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등 유형의 상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게임이라는 문화상품을 세계시장에 수출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허 이사는 "전세계 사람들이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즐기도록 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