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그게 뭐니. 화장품 회사 CEO가 얼굴 화장도 안하고 다녀서야 되겠어. CEO도 홍보맨이 되어야지"

색조 화장품 전문회사인 클리오(CLIO)의 한현옥(41) 대표이사.

그는 최근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평상시 화장을 거의 안하는 한 대표의 모습을 보고 친구가 한마디 충고를 한 것.

이에 자극받은 한 대표는 깨달은 바가 있어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40여년 동안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다니던 그가 변한 것이다.

볼터치, 아이섀도, 립스틱 등으로 다양한 색깔로 치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화장이 서툴러선지 왠지 쑥쓰러운 표정이다.

화장도 못하던 주부가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품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다.

한 대표가 색조 전문화장품 최고경영자로 우뚝 서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그는 지난 1993년 사원 1명과 함께 이 회사를 설립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 법률사무소, 리서치연구소 등을 거쳤다.

마지막 직장이던 전자회사가 문을 닫자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리서치 기법을 이용, 색조 화장품의 틈새마케팅(Niche Marketing) 가능성을 엿본 그는 과감히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클리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역사와 명예를 상장하는 신의 이름.

짧고 발음이 좋은데다 영문으로도 간단해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다.

클리오는 제품의 컨셉트나 패키지만 제공하고 생산은 해외 기지를 이용한다.

마케팅 대상은 메이크업 전문학원 신부화장 전문미용실 등.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가격에 비해 질이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 선보인 것은 화장용 붓.

한달 뒤에 아이섀도우 36가지, 파우더 5가지, 파운데이션 6가지 등을 내놓았다.

현재는 4백개 품목을 취급한다.

클리오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자랑한다.

첫 고객들이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생산관리에 한눈 팔 수가 없다.

해외 공장만 15군데.

파우더는 프랑스, 립스틱은 이탈리아, 펜슬은 독일 등에서 가져온다.

"깐깐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원칙을 고집하는 나를 믿어 주었어요"

이런 그의 성격 덕분에 IMF 위기를 쉽게 넘겼다.

사업을 포기하려 할 때 해외공장들이 자금결제를 늦춰 줬고 일부는 깎아 주기도 했다.

클리오의 브랜드 컬러는 노란색.

노란색을 화장품 컬러로 사용하는 회사는 클리오가 유일하다.

블랙 컬러의 샤넬처럼 "차별화만이 살길"이라는 한 대표의 지론에서 어두운 색과 대비한 색을 선택했다.

클리오가 출발한 첫달 매출은 1천만원.

지난해 매출은 70여억원이다.

올해는 8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 전문가용 화장품 이미지를 벗고 일반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현재 서울 목동의 행복한 세상, 부천LG 백화점 등 4군데 백화점에 입점했다.

이화여대 앞과 강남 압구정동에 직영점을 두고 있다.

수출도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 필리핀의 루스탄 백화점에 물건을 진열해 팔고 있다.

"올해 중으로 홍콩 중국 일본 등으로의 수출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나아가는 작은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대표의 말에는 세계 일류를 향한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