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는 얼마전에 "크로스 기능(Cross Function)"이라는 이색제도를 도입했다.

"크로스 기능"은 프로젝트팀을 구성할 때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라도 반드시 참여토록 한 제도.

예컨대 자동차 차체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미팅에담당기술진은 물론 정비 마케팅 홍보,심지어는 인사담당자까지 참석시키는 식이다.

참석도 그냥 하는게 아니다.

미팅 때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뭔가 꼭 코멘트를 해야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 제도 도입이후 회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밝혔다.

"크로스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이질적인 문화로 종종 갈등을 빚었던 프랑스와 한국 출신 사내 직원들간에 의사소통이 한층 원활해지고 일처리도 그만큼 신속해졌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차는 또 회사 내부를 개조하면서 "이사"와 "상무"의 집무실를 모두 없앴다.

가장 활동적으로 일해야 할 사람들을 방에 가둬서는 안된다는 제롬 스톨 사장의 경영방침 때문이었다.

다른 사무실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없앨 수 있는 벽은 모두 헐어 버렸다.

한 직원은 "그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임원들을 요즘은 쉽게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 때문에 사무실 아무데서나 선 채로 회의를 하는 "스탠딩 미팅"이 유행할 정도"라고 말한다.

르노삼성차는 회사내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도 영어로 통일했다.

당초엔 외국계 직원을 위해 통역을 두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감정소통이 안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점을 감안,모두 영어로 말하기로 한 것.

서류도 영어로 작성하는 게 원칙이다.

스톨 사장은 휴일에는 비즈니스와 관련한 어떤 미팅도 갖지 못하게했다.

그는 "평일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직원을 불러내 회의를 갖는 행위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엄명을 내렸다.

쉬라고 만든 휴일에 일을 하면 나머지 일주일 동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고참 과장은 "예전에는 신문을 보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신문에 나기 전에 미리 회사 사정을 알아서 좋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