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대표적 수출상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가격하락에 남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다.

당장은 수익에 타격을 입을지 몰라도 경쟁업체를 앞지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이번 기회에 원가경쟁력이 뒤지는 업체들을 밀어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MLCC분야 세계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MLCC는 메모리를 보존시켜 줄 수 있도록 전기를 저장하고 전류의 세기를 알맞게 조정해주는 칩 형태의 콘덴서로 올들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초 현재 가격은 1608(1.6x0.8㎜)범용제품의 경우 1천개당 3.5달러.지난해 평균가격 5달러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MLCC가 특히 많이 들어가는 PC와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의 위축으로 올해엔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으로서도 MLCC부문의 수익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이 부문에서 1천5백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회사 전체의 수익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경쟁력에서 자신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 MLCC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6조원대에 달했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 일본의 무라타와 TDK가 각각 22%와 14%로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일본의 AVX&교세라와 같은 12%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가경쟁력에서 무라타나 TDK에 뒤졌다.

그러나 금명간 MLCC의 원자재를 기존의 파라듐에서 가격이 40분의1 수준인 니켈로 전량 대체할 계획이어서 이들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니켈을 사용한 MLCC가 나오면 원가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채산성 악화와 수요감소를 버티지 못해 도태되고 경쟁사가 일본업체 2개 정도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을 무라타 TDK 삼성전기가 3등분하는 형태로 경쟁구도가 전환돼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은 또 디지털TV와 게임기 시장 확대로 일반 제품보다 7배 가량 비싼 고용량 고가의 MLCC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용량 MLCC는 마진율이 50%가 넘어 삼성전자의 D램에 버금가는 상품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고용량제품 비중을 지난해 3%에서 올해 30%로 늘리고 영업력을 보강하면 내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높여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