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계 통신장비 업체들이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감원은 물론 아예 공장을 폐쇄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경비 절감을 위해 광고비의 대폭 삭감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들이 잇달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물론 세계 경기의 둔화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매출 부진은 불황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 매출액 1위를 차지한 미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는 27일 S&P로부터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향후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모건스탠리딘위터가 16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회수할 뜻을 비쳤기 때문이다.

루슨트는 최근 전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6천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20% 정도의 성장을 낙관하면서 지속적인 확장 정책을 펴온 루슨트는 지난해 4·4분기에만 무려 1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1999년말에 84달러를 넘었던 주가도 겨우 10달러선에서 맴돌고 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도 휴대폰 사업부문의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3천3백명을 추가로 감원키로 했다.

스웨덴 쿰란에 있는 이동전화기 생산시설을 절반으로 줄이고 영국 칼튼과 스컨소프 공장은 아예 폐쇄할 예정이다.

올들어 1만5천명의 감원을 발표한 노텔네트웍스는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대규모 추가 해고를 단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불황에도 불구,한동안 독야청청하던 핀란드 노키아마저 광역인터넷 부문에서 4백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1·4분기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 업계는 불황 탈출을 위해 광고비의 대폭 감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전문매체인 애드버타이징에이지는 지난해 12월부터 2만2천명의 단계적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모토로라가 올해 전세계 광고비를 70%(2억5천만달러) 정도 삭감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업계의 전체 광고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장비 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세계 경제상황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 업계의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