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플랜트 및 공장을 턴키방식으로 설립해 주는 EPC(일괄수주공사) 전문회사인 도원엔지니어링의 윤해균(49) 사장은 지난 23일 대전에 내려갔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구상중인 폐플라스틱 연소설비 파이럿(시험공정 플랜트)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윤 사장은 폐플라스틱을 연소해 고체를 추출, 건축자재로 활용하고 발생한 가스는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3억5천만원짜리 공사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들도 윤 사장이 내놓은 제안서에 흡족해 하고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그는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현재를 중요시하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윤 사장이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어려웠던 과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그리며 지금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엔지니어링만이 냉혹한 기술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윤 사장이 도원엔니지어링을 설립한 과정을 보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가 한창인 98년 5월.

동아그룹이 흔들리자 게열사인 동아엔지니어링에 유탄이 튀었다.

퇴출기업 명단에 오른 것이다.

졸지에 4백70여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동아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어 안타까워 하는 이가 많았다.

윤 사장은 때마침 사업개발부장으로 퇴직해 자신의 집을 사무실 삼아 섬유수출업으로 "외도"를 하고 있었다.

윤 사장은 "한솥 밥을 먹던 동아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땅에 묻히게 할 수는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것이 그에게는 사업 성공의 발판이 됐다.

그는 같은해 7월 종합플랜트 기술용역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친정집의 퇴출로 그는 최고의 기술진을 구할 수 있었다.

옛 동료들도 그가 사람을 모집한다고 하자 자발적으로 모였다.

윤 사장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무실을 얻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사무실에 필요한 집기일체도 동아엔지니어링 노조측에서 구입했다.

동아엔지니어링에서 가져온 각종 자료만 해도 2.5t 트럭 3대 분량이 넘었다.

옛 동료들이 똘똘뭉쳐 밤새워 일한 덕에 IMF 위기도 극복했다.

지난해 매출은 27억원.

올해는 52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해외에서 일본 도요엔지니어링이 말레이시아에 세운 연 90만t 생산규모의 에틸렌 플랜트 건설에 참여했다.

미쓰비시가 파키스탄에 세운 PVC 플랜트를 수주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농심의 평택 식용유저장터미널, 대림산업의 부산 가스LNG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의 폐수처리설비 등 12개 플랜트를 완공했다.

올들어선 삼성SDI 천안 플랜트, 국도화학 폴리올 플랜트, KIST 엔테크 프로젝트 등의 수주를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중소형 플랜트 EPC사업 확대를 위해 일본 산코엔지니어링과 기술업무를 제휴했다.

미국 카이저엔지니어스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윤 사장은 "에너지 플랜트 분야에서 최고의 업체가 되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