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소기업들이 추구하는 키워드는 벤처와 지식경영이다.

그렇다면 차세대 키워드는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차세대엔 "혁신(Innovation)과 창조(Creativity)"가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왜냐하면 벤처도 이제 혁신경영을 통한 창조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이란 슘페터가 창안한 용어이지만 최근 미국에서 게리 하멜 등에 의해 새로운 개념으로 부활했다.

이들은 창조를 위해선 혁신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혁신이 단추라면 창조는 단추구멍이라는 것이다.

단추와 단추구멍중 어느 것이 중요할까.

그야 당연히 단추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혁신의 새 개념이다.

혁신은 중소기업들이 근본적으로 기존의 사고를 깨야 이뤄진다.

일본의 한 혁신기업을 살펴보자.

요코하마에 있는 튜브플로는 금속관 가공분야에서 연구개발기업이다.

첨단 소성가공기술로 연간 2백여건의 첨단제품을 창조해낸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연구개발(R&D) 부문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많은 제품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이 회사는 거래처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즉시 신공법을 제안하고 발주기업으로부터 돈을 먼저 받은 뒤 기술을 개발해 준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낮은 기업이라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튜브플로는 개발성공률이 95%선에 이르러 위험부담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남의 돈으로 R&D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튜브플로는 매출액 대배 30%에 이르는 R&D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의 경기가 침체국면인데도 이 회사는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남의 돈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작은 시스템 혁신 하나로 이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R&D 투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자금부족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튜브플로의 전략을 활용하면 그런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R&D 투자비율은 0.33%다.

튜브플로의 약 1백분의 1 수준이다.

그마나 이 비율은 지난 1994년도 0.41%에서 계속 줄어들다가 벤처붐이 일면서 조금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R&D 부문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은 벤처 및 중소기업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에선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보다 높다.

현재 대기업의 총자산 증가율은 0.12%에 불과한데 비해 중소기업(벤처 포함)은 14.9%에 이른다.

사실 수익성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총자산 경상이익률이 대기업은 0.72%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3.61%에 달한다.

경상이익도 대기업이 4.16%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12.1%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경영지표를 보더라도 한국의 벤처인들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혁신과 창조에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먼저 회사안에서 창조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조적 분위기는 대부분 조직내부에서 "창조킬러"에 의해 파괴된다.

따라서 경영자는 창조킬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창조킬러가 아닌지 확인해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창조와 혁신은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가 어떤지를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상거래에 의한 기업간 거래(B2B)가 확대되면서 제조업도 크게 두가지로 분리될 전망이다.

B2B에 의해 하청관계가 개방체제로 나가게 되면 제조부문이 창조부문과 생산부문으로 나눠지게 된다.

창조부문은 기술개발 상품개발 제품설계 등을 맡게 되고 생산부문은 순수제조만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컨셉트를 창조한 사람은 가상공간에서 가상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부품조달에서 완제품생산까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웃소싱을 통한 제조업이 극대화되면서 그야말로 마이크로 기업이 생겨나게 된다.

작지만 강한 벤처기업들이 곳곳에서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엔 목장이나 넓은 경작지를 가진 지주들이 최고의 부를 누렸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1백만평을 가진 지주보다 1천평의 공장을 지닌 기업인이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제 이런 성향이 더욱 심화돼 마이크로 벤처기업 하나가 거대한 공장보다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미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기업의 크기는 엄청나게 작아졌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30인미만의 기업이 전체의 7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 규모도 5억원 미만이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매출액은 10억원 이상이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이것이야말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기업인의 연령도 30대 이하가 52.7%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층에서 혁신적인 컨셉트로 마이크로 벤처기업을 만드는 성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정보화가 추진되면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속도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속도가 돈이 되고 보다 빠른 속도가 최고의 목표였다.

그러나 앞으로 창조와 혁신의 시대엔 컨셉트도 돈이 되고 기업의 목표가 된다.

창조와 혁신 시대엔 남과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고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컨셉트가 기술과 속도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때문에 기업도 이제부터 캐릭터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자신만의 컨셉트를 개발하고 실천해야 수요자들이 움직여 주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의 전환점에서 한국경제신문은 새 시대에 남다른 컨셉트로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벤처기업 50개사를 뽑았다.

이들은 기존의 컨셉트를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혁신과 창조로 새 분야를 만들어낸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이 창조와 혁신시대에 새 주인공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