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 >

지난 98년까지 국내 철강산업은 커다란 도전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해 왔다.

GDP가 1% 성장할 때 철강수요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철강소비 탄력성은 90~97년중 1.5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철강소비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98년 IMF를 거치면서 철강소비의 탄력성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5%로 예상되지만 철강소비는 5.3% 감소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는 중화학공업에서 정보통신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급속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공급과잉도 문제다.

90년 중반 국내 철강생산능력 대비 내수비중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98년에는 57% 수준으로 급락했다.

99년에는 77%,지난해에는 80% 수준을 회복하는데 그쳤다.

제품별로는 형강과 냉연제품의 공급과잉이 심하다.

생산능력에 비해 내수비중이 형강은 56%,냉연은 55% 수준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1차적으로 업계 구조조정에서 찾아야 한다.

약7조원의 투자비를 사용하고도 계획했던 설비조차 제대로 완공하지 못한 한보철강이 시급한 구조조정의 대상이다.

한보철강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부담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철강재 수급측면에서는 해외 분할매각이 바람직할 것이다.

형강과 냉연제품의 경우엔 주요 기업들(형강:인천제철과 동국제강,냉연:포철,현대하이스코,동부제강)이 증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노후설비를 폐쇄하거나 제3국 매각을 통해 장기적인 수급이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품질이나 생산성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철강업체들이 과잉설비에 따른 고정비 부담탓에 수익성이 열악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취해왔던 철강업계의 전략도 수정돼야 할 시점이다.

포철을 중심으로 저렴한 철강재를 공급하는 것은 자동차등 수요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자국내 철강재 가격이 한국보다 높지만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산업이 더 경쟁력 있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국내 업체간의 지나친 경쟁구도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생산능력 4천만t이상으로 대형화 되는 세계 철강업체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술협력,제휴등으로 공동의 성장전략을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