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자존심이다.

한국은 세계3위의 반도체 생산대국이자 세계1위의 D램 생산국가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쟁쟁한 선진국 기업들의 무릎을 꿇게 한 유일한 분야다.

지난해 한국기업들은 반도체를 2백85억달러어치 생산하고 2백6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5.1%에 해당한다.

반도체분야는 59억6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무역흑자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세계 메모리 시장의 30.2%,D램 시장의 40%를 한국산 반도체가 휩쓸었다.

단순히 물량면에서 세계 제일이 아니라 기술수준면에서도 최고수준에 도달해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2년 64메가 D램을 세계최초로 개발한 이후 올해 4기가 D램에 이르기까지 4세대 연속 차세대 제품을 세계최초 개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반도체 대국이 되기까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결정적이었다.

가장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던 한국의 메모리업체들이 90년대 들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대만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속에 위탁생산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늘려 나가고 있어 한국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일본업체들도 제품구조의 고급화와 주문형 반도체 생산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활발한 재편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8년 미국의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업체 마이크론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세계 반도체업계 재편 움직임은 99년 현대전자+LG반도체간 흡수합병과 일본의 NEC와 히타치 합작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초 8-9달러수준이던 64메가 D램 가격이 2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서로 경쟁기업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업분석전문가들은 반도체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가운데 어느 한 기업이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반도체 가격은 곧바로 회복되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그 이익을 향유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전자 마이크론 등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국내금융기관들이 현대전자를 지원하고 있는데 대해 선진국들이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비메모리와 램버스D램 등에서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초고속 D램인 램버스D램 생산을 본격화해 올해 1억5천만개 20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스마트카드용 IC ,디지털단말기용 반도체,주문형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선진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대전자도 파운드리(수탁생산)와 LCD 드라이버 IC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비중을 지난해 매출액 대비 9%에서 2003년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도 설계전문 중소벤처기업,파운드리 및 조립전문업체 등 분야별 전문업체 육성을 통해 국내기업을 측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반도체 설계,공정,장비 등 분야별 전문기술인력 양성하고 선행기반기술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비메모리분야인 시스템IC 기술개발사업에서도 민간기업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