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 현대증권 수석연구원 >

한국의 내수시장은 2003년경 승용차 120만대 수준을 기록한 후 장기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신규수요보다 대체수요가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최근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중대형 승용차 해외판매 비중이 늘고 있고 레져용 차량의 수출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제품의 고객층은 아직도 가격에 민감한 소수민족의 비중이 크다.

해외시장의 주요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만일 브랜드를 바탕으로 판매를 넓혀 갈 수 있다면 도요타 자동차가 70년대 보여 주었던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브랜드 확보가 과제인데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소형차 차별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근 우리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중대형 승용차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수익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중대형차가 소형차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차종에서 바로 브랜드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급승용차를 사는 사람이 품질이 확인되지 않은 자동차를 구입할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형차가 브랜드 확보의 관문이 되는 셈이다.

다행스럽게 우리 업체들은 풍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 있는 소형차 모델을 개발한 경험이 풍부하여 차별화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

브랜드의 축적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경쟁력있는 소형차부터 차별화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종업원들의 창조성을 살려야 한다.

브랜드는 우리 제품의 품질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것인데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생각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들은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종업원들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린(Lean) 생산방식의 근본 개념을 배워야 한다.

종업원들의 창조적인 생각들을 중요시 하고 이를 통합하여 경쟁력을 키워 온 결과 선진 미국업체들을 추월할 수 있었다.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도전자다.

그런데 의사결정은 주요 몇몇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료적인 체제하에서는 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는 종업원들이 회사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또 이들로부터의 창조적 생각들을 통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경쟁력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르노의 삼성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의 내수 점유율은 다소 양보할 수 있으나 어차피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국면에서 그들과 국내시장에서 먼저 싸워보고 갈 수 있는 것은 괜찮은 선택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