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각중 < 전경련 회장 >

이렇게 가시다니요?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이 하늘의 이치이건만 회장님께서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의 비보를 듣고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아직도 생전모습이 눈에 선하고 회장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고 있는데 유명을 달리하시다니 이토록 황망한 이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주영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진정 재계의 큰 버팀목이셨습니다.

비록 강원도 통천의 가난한 시골 소년으로 출발했지만,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의 강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까지 성장시킨 주역이 바로 당신입니다.

소학교 나온 것이 전부인 당신의 경영철학을 대학에서도 강의교재로 선택할 정도였으니 우리 후배들에게는 살아있는 신화 그 자체였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 겨레의 평화의 전도사이기도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소 한 마리를 끌고 가출한 것이 평생의 짐으로 남았다시며, 소떼를 끌고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넘어 방북했던 일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습니까?

비록 남북통일의 감격의 순간을 보시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남북이 하나로 합치는 날 회장님의 모습과 음성은 만인에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회장님께서는 모든 경영자의 진정한 사표이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스스로 당신을 부유한 노동자일 뿐 한번도 자본가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시며 언제나 적극적인 생각과 진취적인 자세로 기업활동을 영위해 오셨습니다.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필요한 것은 다 배운다는 성실한 자세로 힘차게 살아오셨습니다.

수많았던 신화적인 일들을 과감하게 행하신 회장님의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이 넘쳐흘렀기에 우리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

아직도 하실 일이 태산처럼 많이 있는데 그 일을 두고 가기가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이제 영생의 안식처로 편히 가소서.

이 세상의 남은 일들은 우리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평안히 쉬소서.

평생을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애쓰셨던 회장님 뜻을 고이 받들어 우리 경제인들은 국리민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