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방법론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의 토론은 뿌리가 깊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에서부터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다르다.

환율과 금리 재정정책 등이 논란거리지만 논쟁은 당국자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계와 전문 경제연구원들도 처방이 대립된다.

그만큼 경기상황이 어렵다는 말도 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한은과 재경부의 논란에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센터장이 특별기고를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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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둔화로 우리 경제 전망이 불안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과 경기하강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정부로서는 한 마리 토끼는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정책의 무게 중심을 정할 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물가상승 압력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다.

현재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그동안 비용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던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화나 용역에 대한 수요공급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총수요가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70%대로 하락하고 실업률이 5%로 높아진 것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수요부족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됐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그 폐해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봉급생활자인 서민들에게 물가안정은 매우 절실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의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요부진에 의해서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은 위축된 수요를 더욱 감소시킴으로써 불황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이 초과수요 때문이 아니라 비용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물가안정보다는 경기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는 추세여서 한국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금리도 경쟁력이라면 내외 금리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되고 있는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도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는 기업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심각하게 위축돼 있는 소비와 투자 심리를 완화시켜 주는 데도 제한적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경기하강 위험을 특별히 경계해야 할 때다.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내수경기 회복도 가시화될 때 물가안정을 위한 고삐를 죄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msoh@mail.lge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