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기댈 곳을 잃고 있다.

그나마 희망이었던 유럽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미국의 침체 기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유럽경제는 미경제를 대신해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축이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지금 유럽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미경제는 넘어지는 중이고 유럽경제는 넘어지려고 하는 상태다.

일본경제는 이미 넘어져 있다.

◇미국 경제=V자형 경기 회복 전망은 약해졌다.

대신 U자형 회복론이 강해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경제가 올 1·4분기와 2·4분기동안만 침체했다가 3·4분기부터는 살아날 것이라는 V자형 전망이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침체기간이 더 길어져 올 4·4분기나 내년초께에야 경제가 겨우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중론이 되고 있다.

U자형 회복 전망의 요인들은 △증시 침체 가속화 △첨단업체들의 실적악화 및 재고 급증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금리인하 조치 △일본 등 해외경제의 위축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미 경제의 V자형 회복기대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며 경기가 바닥상태에서 꽤 오랫동안 머무른 뒤 회복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반기 성장률 예상치는 당초 2.5%에서 2% 이하로 하향 수정됐다.

민간경제연구소 프라이마크 디시전이코노믹스의 분석가 앨런 시나이는 경제에 대한 월가의 시각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나스닥과 다우지수가 각각 2,000 및 10,000선 아래로 떨어지기 전만 해도 하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했으나 지금은 이런 낙관론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유럽 경제=미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올 연초만 해도 유럽 경제는 건재해 보였다.

작년에 유로당 0.82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로화 가치는 올초 0.95달러선으로 치솟으면서 흔들림없는 유럽 경제를 과시했다.

그러나 3월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 곳곳에서 급속한 경기 하강 조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도입 12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독일에서 경고 신호가 켜지고 있다.

독일 최대 경제연구소 Ifo는 21일 지난 2월 경기신뢰지수가 19개월 만의 최저인 94.9(1월 97.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2.6%에서 2.2%로 낮췄다.

독일 증시는 지금 16개월 만의 최저 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약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증시 상황과 별 차이가 없다.

유럽연합은 지난 1월 유로존의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1.9% 감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유럽 경제도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이 때문에 유로당 0.95달러에 육박하던 유로화 가치는 다시 0.90달러 밑으로 내려가 있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