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20일 발표한 무역.투자 연례 보고서의 핵심은 "한국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금융 및 외환시스템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얻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총론(제도와 법)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각론(운영방식)은 아직 국제기준과 거리가 있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도 한국이 지난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뒤 여러가지 제도 개선을 통해 시스템을 바꿨지만 외국인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실제 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 회장은 이 보고서를 들고 오는 24일 미국으로 건너가 미 무역대표부(USTR)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암참 보고서는 USTR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 반영될 뿐 아니라 향후 각종 한.미 통상 현안을 다루는 데도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 한국은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사회 =암참은 이번 무역.투자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 및 금융시장은 많은 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선 이용과 적응에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인 수준에 걸맞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용시스템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존스 회장은 "외환시장이 전면 자유화됐다고 하지만 외국 투자기업이 투자자금 등을 반입하려면 수없이 많은 서류를 준비해 관련 기관에 신고 또는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 시스템과 관련,"한국의 상장기업들이 내는 공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느냐"는 말로 기업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을 꼬집었다.

이같은 관행을 사실상 방치한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가며 비판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도 여전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라고 지적했다.

◇ 자동차 등 통상 문제 =암참 보고서는 아울러 수입자동차 시장을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조치를 강화하라는 등 통상 문제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했다.

한.미간 최대 통상 현안의 하나인 수입자동차 시장과 관련해선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추가적인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세청 등 정부 부처의 관용차를 외제차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현재 8% 수준인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미국 수준(2.5%)으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 지식재산권 보호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

존스 회장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 한국이 우선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는 것을 시정해 주도록 미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보고서 내용은 불법 소프트웨어(SW)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것으로 가득차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도 보다 국제 수준에 근접토록 보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회사채 신속인수제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신속인수 조치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정되지만 추가적인 지원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존스 회장은 "현대전자에 대한 일회성 지원에 대해선 정책 선택의 불가피성을 미국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정책이 다른 기업에까지 계속 추진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