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규모인 미국의 자동차부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가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부터의 부품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는 것.

한국의 자동차부품업체들에게는 대미 수출을 확대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기업의 품질과 가격 수준이라면 당장이라도 공급이 가능하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부품시장의 변화와 한국기업의 진출가능성을 짚어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트로이트무역관의 김경율 관장은 지난달 중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임원인 토마스 시들릭(Thomas Sidlik)을 만났다.

한국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 그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구매부문 총책임자.

미국 완성차업체의 ''구매책임자''는 전세계 납품업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의 납품관련 인사들로선 그동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때문에 김 관장의 ''만남'' 자체만도 다임러의 구매정책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관장은 시들릭을 만난 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연간 부품 구매 규모는 4백억달러가 넘는 데 3년안에 부품 납품업체의 절반 가량을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전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미국의 고정 거래선이든 해외업체든 가리지 않고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있는 업체의 부품을 사용키로 부품구매철학을 바꾸었다는 것.

김 관장은 "한국업체들에도 문이 열려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미진출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부품공장이 미국에 없어도 자사의 구매담당자가 손쉽게 접촉할 수 있는 간단한 연락사무소만 있으면 된다는 게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부품 조달방식 변화는 한 예일 뿐.

포드 GM 등 이른바 ''빅3''의 부품 조달정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포드의 수익은 10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0% 줄었다.

GM은 같은 기간 수익이 8천9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무려 92% 감소했다.

상황이 더 어려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앞으로 3년간 2만6천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해놓고 있다.

재고가 쌓이고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가절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부품부문의 원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미 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모기업과 하도급기업간의 계열관계가 붕괴되고 필요하다면 경쟁사로부터도 부품을 조달한다.

포드의 아시아태평양시장 구매총책임담당 임원인 리처드 서튼은 "조건에 맞는 업체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부품을 공급받을 것"이라며 "포드와 거래가 성사되면 계열관계에 있는 마쓰다 볼보 재규어 등에도 쉽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미국 자동차 ''빅3''의 부품구매액은 연간 약 2천억달러.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세계시장 규모(1천5백억달러)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부품시장을 전기전자 기계금속 자동차 컴퓨터 및 정보통신 등 5대산업으로 확대하면 그 규모는 무려 5천억달러에 이른다는 게 무역진흥공사 미주본부의 추산이다.

박풍 무역진흥공사 미주본부장은 "이 시장을 잘 활용하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