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연공서열식 문화에서 탈피,성과급제 등을 과감하게 도입했던 일본의 기업문화에 역기류가 흐르고 있다.

연공서열에 관계없는 혁신적인 기업문화가 회사 내부의 분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신호탄은 일본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후지쓰.

아사히신문은 19일 후지쓰가 1993년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성과급제를 다음달중 폐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후지쓰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성과급제로 인한 폐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연봉승급과 승진기회를 부여하는 성과급제를 도입한 후 실패를 우려한 사원들이 장기적인 목표에 도전하지 않고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히트상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회사경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또 높은 영업실적을 올릴 수 있는 도시 사업부나 대형 프로젝트팀에 소속된 사원에게만 성과급이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사내의 불만도 이같은 혁신적인 제도를 폐지하게 된 주요인이 됐다.

후지쓰는 앞으로 기존 성과급제 대신 잠재력과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연봉을 지급해나갈 방침이다.

이 회사의 성과급제 폐지 결정은 일본적 경영시스템의 골간이 미국식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데 대한 일반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 회사는 8년전 사원들의 근무의욕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성과급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사원들이 설정한 목표달성 여부를 5단계로 평가해 상여 급여 승진 등에 적극 반영해 왔다.

한편 일본 제조업체들은 최근까지 연공서열제를 폐지하는 대신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앞다퉈 도입해왔다.

일본정부도 공무원에게 파업 등 노동3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연공서열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무원법을 내년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