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5일 "예금보험공사 임직원을 파산관재인(파산한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규정은 합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주춤했던 공적자금 회수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2백여개의 파산재단이 지금까지는 각기 별도 회사처럼 제각각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한 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 어떤 의미가 있나 =파산재단이란 회사가 망했을 때 채권자들이 회사에 남아 있는 자산을 공평하게 나눠 가져가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에 남아 있는 자산을 현금화해서 채권자들에게 채권비율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 주는 일을 총괄하는 관리인이다.

그동안 정부와 법원은 파산관재인에 누구를 선임하느냐를 놓고 논쟁을 벌여 왔다.

종전 법에서는 파산관재인 선임을 법원의 고유권한으로 해두었고 재판부는 변호사를 임명해 왔다.

예보와 정부는 여기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파산관재인에게는 꼬박꼬박 월급이 나간다.

재단에서 수행하는 각종 소송도 ''짭짤한'' 부업거리다.

예보와 정부는 "변호사에게 관재인을 맡기면 파산재단 정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대 채권자이면서 공공성이 강한 예보 직원을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해 파산 절차를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측은 그러나 "예보는 다수의 채권자 가운데 하나일뿐"이라며 "예보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다액의 채권자가 있더라도 이들의 의사에 반해 파산절차가 진행될 위험성이 있다"고 예보측 관재인 선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파산재단 현황 =예보가 채권의 상당부분을 떠안고 있는 퇴출 금융기관 파산재단은 지난 2월말 현재 2백34개다.

대동 동남 동화 등 5개 퇴출은행을 비롯해 △종금 18개 △보험 5개 △증권 6개 △금고 43개 △신협 1백57개다.

이 중 변호사가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곳은 1백78개인 반면 예보 직원이 선임된 곳은 34개에 불과하다.

20개 재단은 변호사와 예보직원이 공동으로 관재인을 맡고 있다.

<> 무엇이 달라지나 =변호사가 관재인을 맡고 있는 모든 금융기관 파산재단에 예보 임직원들이 공동 관재인으로 추가 선임된다.

예보는 이미 지난 13일 전국 각 법원에 파산관재인 후보 명단을 통보했고 법원은 오는 20일 이전에 이들을 선임키로 했다.

기존 변호사 관재인과 예보측 관재인의 ''동거''로 인해 파산재단의 효율적 운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예보측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2백34개 파산재단의 활동이 훨씬 효율화될 것이라고 예보는 장담한다.

예보는 특히 파산재단을 지역별로 통합관리할 방침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인력이나 건물이 필요하지 않아 경비를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인식.오상헌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