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지표상으론 바닥권 탈출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 일본 등 해외불안을 들어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도 심리적으로 바닥권이라는데 공감하지만 실제 경기회복을 기대하긴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 지표상으론 호전 =산업은행과 대한상의는 14일 2.4분기 제조업경기가 1.4분기보다 호전될 것이란 전망자료를 동시에 내놨다.

산업은행의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전분기 73에서 2.4분기 103으로 급등해 경기호전 기대감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대한상의도 소비.투자심리가 안정되는 가운데 계절적 요인과 원화가치 하락, 원자재가격 안정 등으로 실물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전자 기계 등 기간산업이 1.4분기에 비해선 회복세가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내놓은 서비스업 성장률은 1월중 6.3%(작년 12월 4.3%)로 작년 5월이후 8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돼 주목을 끈다.

◇ 본격 회복은 기대난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자금과 소비, 기업의 기대지수가 호전되고 있지만 미국 일본의 경제가 어렵다"며 "정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표상 호전신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경제의 체력보강에 힘쓰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산은이 발표한 BSI의 이동평균선인 순환변동치가 여전히 100에 훨씬 못미치는 88에 머물러 있다.

상의의 업종경기 전망도 전분기보다 낫다는 것이지 작년수준으로 개선된다는 것은 아니다.

조사시점도 지난달이어서 나스닥 폭락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1월중 서비스 활동의 상승반전은 연초 증시활황에 힘입은 것이어서 전체적인 호전신호로 보기엔 무리다.

◇ 전문가 시각 =전문가들은 일부 지표의 호전에 대해 기술적 반등 성격이 강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해 워낙 나빠 그래프상 ''U''또는 ''V''자 신호가 보이지만 현재로선 ''L''자형 횡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는 "경제주체들의 ''이제는 끝났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성장의 원동력이나 투자할 곳이 잘 안보이고 재정 부실화도 우려돼 그동안의 경기하락 추세가 멈추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 홍승표 조사부장은 "심리적인 바닥은 탈출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엔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