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 증시를 강타한 ''리틀 블랙먼데이''의 진원지는 ''기술주''였다.

지난해 미 증시를 한껏 달궜던 신경제의 스타주들이 이번에는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시스코 아마존 인텔 등 간판 신경제주는 이날 5∼10% 이상씩 폭락하면서 월가를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스웨덴의 에릭슨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DR(주식예탁증서)가 25% 대폭락하는 참변을 맞았다.

◇몰락하는 기술주=인터넷 삼총사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아마존은 13.27% 급락했으며 e베이는 7.27%,야후는 3.68% 추락했다.

신경제의 간판 스타였던 시스코 주가도 이날 8.79% 떨어졌다.

시스코와 함께 신경제의 쌍두마차로 불렸던 노텔 주가 역시 6.98% 빠졌으며 오라클 주가도 7.25% 급락했다.

이날 주가폭락의 하이라이트는 에릭슨이었다.

뉴욕시장에서 DR는 25%,스톡홀름증시에서 주가는 20% 이상 폭락했다.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이날은 블루칩 기술주들에도 ''피의 하루''였다.

대표적인 우량주인 인텔은 거래일 기준 하루 전인 9일 11% 추락한데 이어 이날에도 5.73% 추가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0% 빠졌다.

지난 1년간 마이크로소프트 53%,인텔 60%,시스코 시스템스 76%,오라클이 75% 폭락했다.

◇줄잇는 실적악화=이날 주가폭락을 촉발한 주범은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였다.

시스코는 "실적 둔화가 하반기까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미 경기 둔화가 전세계로 파급되면서 기업마다 첨단장비 등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이다.

이에 따라 시스코는 "8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스코가 설립된지 17년 만의 첫 감원 발표였다.

이 소식은 월가 투자심리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 첨단기업 실적에 대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것이다.

''에릭슨 쇼크''도 컸다.

에릭슨은 올 1·4분기동안 4억~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역시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첨단장비 투자 축소"(에릭슨의 쿠르트 헬스트롬 사장)가 원인이었다.

그 불똥은 ''잘나가는'' 노키아에까지 튀었다.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 메이커인 노키아의 주식은 이날 9.5% 미끄러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모토로라가 올 1분기에 15년 만의 첫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었다.

◇호전 가능성=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기 호전없이는 기술주의 상승세 반전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기술주의 문제는 실적 악화.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되자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첨단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장비업체 등 기술주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좀 더 과감한 금리인하만이 실낱같은 희망이다.

대폭적인 금리인하로 미 경기의 불씨를 되살려야 기업들의 매출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이르면 오는 5월말부터 금리인하의 약발이 실물경제에 먹히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야 실적이 호전 될 것"(UBS의 수석 전략가인 에드워드 커슈너)이란 게 월가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