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정부가 형식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자기인증제도를 도입키로 한데 대해 리콜(제작결함 시정)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뜩이나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리콜이 한층 "힘"을 받게됐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2월말까지 정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아 무상수리를 받은 차는 31만7천5백26대에 달한다.

올 2개월동안의 리콜 실적이 작년(54만4천11백39대)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으며,1999년(11만1천3백30대) 연간 실적의 3배에 가깝다.

형식승인제 아래에서는 정부가 출고 전에 사전승인을 하는 만큼 제작 결함이 발견될 경우 원칙적으로 정부에 책임이 있지만 자기인증제가 실시되면 책임이 전적으로 제조업체에 돌아간다.

현행 제도에서는 차량에 결함이 발견될 경우 정부가 시정 권고를 하고 그래도 안될 때는 시정 명령을 내리지만 이행하지 않아도 벌칙금이 없어 사실상 법적 구속력은 없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자기인증제도가 지난 97년 한·미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측이 수입차시장 개방 차원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우리 정부가 시행키로 합의해준 사항인 점을 들어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인증제도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은 한국처럼 형식승인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리콜을 방지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리콜이 발생하면 소문을 막으려고 ''쉬쉬''하면서 뒷거래로 문제를 처리해왔던 일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던 만큼 처리절차도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지난 98년 한햇동안 리콜 명령이 3백31건으로 하루 1건꼴이었으며 연간 리콜 대수도 1천7백만대로 신차 판매량을 넘어섰다"며 "리콜은 제작사와 소비자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인 만큼 리콜한다고 차량의 품질이 나쁘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연구소 안수웅 연구위원은 "자기인증제가 도입되면 업계 스스로 자발적 리콜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도 상시 감시체제를 갖춰야 한다"면서 "여건을 정비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업계에서는 무엇보다 교통안전공단 산하기구인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조사연구 전문인력과 장비 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기인증제가 시행되더라도 자동차 메이커들로선 출고 전에 이 연구소로부터 성능시험인증서를 발부받는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과정의 조사·심사 전문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희수·고기완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