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약 10만명으로 이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보통신(IT)분야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인이 창업한 IT 기업은 5백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정도면 1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인이나 중국인들에는 못미치지만 상당한 파워를 형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텔레비디오 황규빈 회장은 "이는 아직 숫자가 작은 탓도 있지만 효과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이 실리콘밸리 한국인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 변호사 대기업의 임원 등이 연계를 갖고 한국인의 창업과 비즈니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도 뭉쳐 남부럽지 않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단체는 재미한국인기업가협회(KASE,www.kase.org).

KASE에는 1.5-2세 창업자와 벤처캐피털리스트, 기업의 비즈니스개발담당, 변호사, 컨설턴트 등이 주로 참여하며 이사장은 이쿼테이션 이계복 사장이 맡고 있다.

KASE는 올해부터 실리콘밸리에서 활동중인 아시안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한국인만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려워 이미 상당한 기반을 닦은 중국인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사람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계복 이사장)이다.

이를 위해 우선 3월에는 ASVC(Asian Silicon Valley Connection), 4월에는 SVASE(Silicon Valley Asian Society of Entrepreneurs)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어 아시아인들간의 네트워크 구축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인전문가협회(KAPS, www.kapsociety.com)는 기업에서 기술 마케팅 법률 등의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는 개인 중심의 단체.

KAPS는 올해부터 한국계 학생들과의 교류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차로 오는 4월 UC버클리 한인학생회와 공동으로 졸업후 진로 지도를 위한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이 행사에서는 법률 하이테크 미디어 등의 분야에 근무하는 회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재학생들에게 산업동향이나 업종별 전망, 창업 요령 등에 대해 설명해줄 예정이다.

또 9월에는 스탠포드대학에서 이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체인 시벨에서 엔지니어링매니저로 근무하는 서니 김 KAPS 회장은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와줄만한 한국인 선배들이 없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설립된 실리콘밸리 IT 포럼은 이민 1세 기업가 중심의 전문가 모임.

대부분 창업해 어느 정도 기반에 올랐거나 기업에서 임원 이상의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이 중심인 이 포럼 회원은 약 50명.

이 포럼의 하명환 회장(어드밴스트 i시스템 솔루션스 대표)은"실리콘밸리의 IT분야 한국인 전문가들을 결집시켜 정보 기술 인력을 교류함으로써 한국인들의 비즈니스 발전을 돕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포럼은 또 앞으로 한국의 IT 전문가 모임과도 정기적으로 교류,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실리콘밸리의 한국 주재원들은 채널(CHANNEL)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한재광 총무(SIMWORKS 실장)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와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부닥치는 문제를 같은 처지에 있는 주재원들이 서로 도와가며 해결하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현재 회원은 약 2백명으로 월례 모임을 통해 현지화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비즈니스에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