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행보에 다시 월가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갈수록 침체위험에 빠져 들고 있는 가운데 금리정책을 관장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의중을 헤아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자신뢰지수가 급속히 나빠지는 등 미경제의 전반적인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FRB가 지난 1월3일처럼 긴급처방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지난주초 월가는 ''조기 금리인하설''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그린스펀 의장의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증언으로 이런 꿈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미경제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서둘러 금리를 내릴 정도는 아니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그동안의 기대를 접고 오는 20일 정례회의(FOMC회의)때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제조업경기를 반영하는 2월의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가 11개월만에 반등세로 돌아선데다 1월 소비지출도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는등 경기둔화 감속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조기금리인하 기대감이 월가에서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그린스펀 의장이 예산위원회 증언에서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기에는 미경제가 모호한 상태"라고 언급, 정례회의에 앞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

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8월까지 현재 연 5.5%인 연방기금금리를 연4.25%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