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한국회계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분식회계 설문조사" 결과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거 분식회계의 청산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잘못에 대해선 경과조치를 둬 과감하게 분식을 털어내도록 하되 앞으로의 회계부실을 막기 위해선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거나 부실 회계감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 기업의 분식회계 실태에 대해선 ''회계장부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설문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56%의 기업이 장부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설문응답자들은 이같은 불신을 제거하고 신용경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분식회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식회계 청산방법은 =회계정보의 생산자와 이용자들은 행정처벌 완화보다는 면죄부쪽에 더욱 무게를 뒀다.

생산자는 기업과 회계법인, 이용자는 금융기관 기업여신 또는 자산운용담당자들이다.

반면 대학교수그룹과 정부 시민단체 경제단체에선 형평성문제를 들며 행정처벌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회계분식 청산은 2000사업연도 또는 2001사업연도에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50%)에 달했다.

금융기관(70%)과 경제.시민단체(42.8%)들이 주로 1년동안 면죄부를 주거나 행정처벌을 완화해 분식의 대청소를 유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당사자인 기업이나 회계법인은 2∼3년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60%)고 응답했다.

<> 분식회계의 실태는 =응답자들은 국내기업의 56.9%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상장기업도 43.5%, 코스닥기업은 50.4%가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인식이다.

이는 국내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응답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대학교수그룹의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았다.

이들은 국내기업의 82%(상장기업 64%, 코스닥기업 74%)가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응답했다.

회계정보를 생산해 내는 기업과 회계법인 임원들도 44.2%(상장사 37.1%, 코스닥등록기업 37.8%)에 이르는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외부자금조달(대출) 때문이라는 응답이 31.4%였다.

돈을 빌려쓰기 위해서 재무제표를 예쁘게 분칠해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자금 조성의 은폐를 위해서라는 응답도 22.5%에 달해 정치권으로부터의 압력 등 기업의 환경이 분식회계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세금문제(16.6%) 주가 유지(15.1%) 과거 분식의 은폐(14.3%)등이 회계장부조작의 이유로 꼽혔다.

<> 앞으로의 과제 =분식회계를 뿌리뽑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앞으로 일어나는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70%에 가까웠다.

대학교수(53.3%)와 시민단체는 집단소송제를, 금융기관과 정부는 처벌강화를 앞으로의 해결책으로 꼽았다.

반면 기업과 회계법인은 처벌강화보다는 감사인의 독립성과 변경 제한이 더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최명수.배근호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