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연찬회에서는 행사 규모에 걸맞게 금융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시장자율의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면서도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경영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금융기관 CEO들은 정부의 뜻을 이해하지만 정부가 시장이 어려워질 때마다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시장자율 의지를 해치게 된다며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진념 부총리는 "금융기관장들이 적극적으로 수익성 있는 대출처를 찾기보다는 현재의 경영에 안주하고 자리보전과 제몫 챙기기에만 신경쓰는 등 단순한 생활인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국가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발전에 기여해 온 사회 공기로서의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정상시에는 금융회사가 수익성을 우선시하는게 원칙이지만 비상시에는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며 "비협조적인 금융사에 대해서는 관련 협회가 규제하고 제재하는 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시장을 책임지는 정부의 입장을 알지만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얘기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들어올 때가 있다"며 "소프트웨어 개혁은 정부측에서도 필요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산적한 금융현안 =참석자들은 정부의 질타속에서도 시장과 정부가 한자리에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제대로 시장 원리에 따라 수익성을 창출하라고 격려하는 자리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금감위원장은 이날 △종금.증권사 합병을 통한 리딩증권사 육성방안 △거래소 통합방안 △채권은행단의 현대건설 처리방향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해 시장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김준현.박수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