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반도체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20일 미국에서는 금년 세계 반도체 매출증가율의 대폭 하향조정, 인텔의 비용절감 계획 발표, 반도체주(株) 투자등급 하향조정 등 ''반도체경기 악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반도체시장 전문조사기관인 VLSI는 이날 올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증가율이 1.2%에 그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VLSI는 당초 매출증가율을 11%로 전망했으나 지난달 5%로 하향조정한 뒤 이날 또다시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매출 증가율 1%대는 사실상 시장정체를 의미한다.

이 회사의 댄 허치슨 사장은 "세계 경기둔화에 따라 PC 및 휴대폰 등 주요 반도체 사용 제품들의 판매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반도체 매출전망을 하향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VLSI는 올 연말께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생조짐을 보이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오는 2003년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반도체 경기가 급랭기미를 보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로 초우량기업의 상징인 인텔마저 대대적인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월가에서는 증권사들의 ''반도체주 투자 경계령''도 잇따랐다.

크레디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은 고속 데이터전송용 칩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마이크로서킷의 투자등급을 ''적극매수''에서 ''매수''로, 반도체 제조업체인 PMC시에라를 ''매수''에서 ''보유''로 각각 한 단계씩 낮췄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