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전자부품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일본과 유럽업체에 의존해온 디지털 기기용 부품 국산화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인 IMT-2000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의 개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μF(마이크로 패럿·전하량을 나타내는 단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가로 3.2mm 세로 1.6mm 높이 1.6mm 크기로 0.3μm(1μm는 1백만분의 1m) 두께의 세라믹층을 3백층이상 누적시킨 것이다.

MLCC는 전자제품 내에서 일정한 전압이 흐르도록 하는 부품으로 휴대폰에 2백40개 가량이 들어간다.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중 4백층의 22μF,하반기에는 5백50층의 1백μF 제품을 개발,내년도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MLCC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말 유럽 휴대폰의 두가지 방식인 ''EGSM''과 ''DCS1800''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초소형 듀얼모드 안테나스위치 모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부품은 휴대폰에서 송신신호와 수신신호를 분리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품은 9백MHz 필터 등 기존의 5개 부품이 담당했던 기능을 한번에 처리,휴대폰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기는 이 부품 하나로 올해 2천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올 한해 1천만대 규모의 듀얼폰을 생산할 계획이어서 7백만 달러이상의 국산화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는 이밖에 지난달 휴대폰용 초소형 소 듀플렉서 개발에도 성공한데 이어 내달중 기존 제품의 4분의 1크기(가로 세로 각 5mm)인 세계 최소형 부품을 개발,올해 이 제품 하나로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LG이노텍도 최근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용 휴대폰에 들어가는 IF(중저파수)용 소(SAW·표면탄성파)필터의 크기를 기존 제품보다 절반 가량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번 개발로 LG측은 IF용 소필터의 국내 경쟁이 기존의 프랑스 일본 한국의 5개업체간 경쟁에서 프랑스 톰슨과 LG이노텍 두 기업간 경쟁구도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이노텍은 또 듀플렉스의 크기도 기존의 가로 15.6 mm 세로 9.5mm에서 각각 14.3mm와 7.1mm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주력 품목을 소형제품으로 교체하고 유럽 등지의 신규 거래선과 대량 공급계약을 추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