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거 분식회계를 스스로 털어낸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추진했던 국장급 회계담당 실무자를 16일 전격 보직변경해 파문이 일고 있다.

강권석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확정되지 않은 중대 정책사안을 누설해 혼선을 빚게 한 책임을 물어 유재규 회계제도실장을 보직변경 조치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유 실장이 고위직 책임자로서의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보직변경 이유를 부연설명했다.

금감원은 유 실장을 증권검사1국 수석검사역으로 발령했다.

이같은 조치는 금감원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면죄부 부여 추진방안이 1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장급 간부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격 보직변경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내에서도 최고의 회계전문가로 알려진 유 실장은 분식회계를 뿌리뽑기 위해선 과거부터 누적된 분식부분을 청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대안을 제시했었다.

이 방안은 최종확정 과정에서 처벌상의 형평성 문제 및 세제문제 등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유 실장은 "언젠가 한번은 해야 할 일"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회계전문가들 중에는 면죄부를 줘서라도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정리하고 투명한 회계문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외국인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