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등기이사 수를 일시에 6명이나 줄이기로 한 것은 우선 올해부터 법적으로 맞춰야 하는 ''사외이사 비중(50%)''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다.

사외이사를 늘려 법정비율을 맞추기보다 등기이사를 줄이기로 한 배경에는 이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전문화된 사외이사 인력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이사 수를 늘려봤자 외부청탁 인사 등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삼성뿐만 아니라 전체 대기업의 공통 인식이기도 하다.

삼성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이사 수가 많다는 해외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 등기이사를 줄이기로 했고 이를 계기로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실하게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식시장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이날 발표한 이사 축소, 스톡옵션 확대, 자사주 소각규정 마련 등은 이번 주총시즌에서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에 제시할 경영 및 주가관리 전략의 ''공통 화두''를 ''모델케이스''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 이사회 구성 =회사측은 선진 기업의 이사회 규모 및 삼성전자의 매출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도 14명의 이사 수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이사 수는 16명, IBM은 12명, 휴렛팩커드(HP)는 10명, 인텔은 11명 등이다.

등기이사 수가 줄면 현재 12명의 대표이사중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상당수 대표들은 등기이사에서 제외된다.

현재로선 이건희 삼성 회장,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반도체 총괄), 진대제 사장(디지털 미디어 총괄),최도석 부사장(재무최고책임자), 한용외 부사장(수원지원센터장) 등 7명이 계속 등기이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측은 전체 이사 14명중 3명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이사회의 합리적인 운용을 위한 기본틀이 완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등기이사 수를 줄이는 것은 사외이사 비중을 맞추기 위한 편법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 스톡옵션 확대 및 자사주 소각 규정 근거 마련 =스톡옵션 규모 및 대상을 확대한 것은 서구형 성과급 제도를 확실히 뿌리내리면서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한 삼성은 앞으로 2∼3년내 과장급 사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제도를 확대키로 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는 회사발전과 투자자 이익 제고 기여도가 높은 부장급들에게도 옵션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톡옵션 확대로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른 삼성 계열사와 다른 대기업들도 스톡옵션 제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정관상 주식소각 관련 근거를 신설한 것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일부를 매각, 주식 가치를 높임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은 증권거래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공표될 경우 주식소각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이 회사는 6백45만주(4.3%)의 보통주와 1백27만주의 우선주를 자사주로 갖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