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머티리얼 핸들링 아시아의 케빈 리어든(Kevin M. Reardon)사장은 지극히 "한국적인" 경영인이다.

고사를 지낼 때 한복을 입는가 하면 틈날 때마다 서울 인사동과 장안평을 찾아 전통 그림이나 도자기를 사모은다.

작년 미국에 사는 딸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한국인 직원집에 1주일간 머물게 하기도 했다.

"5백명의 직원이 한사람에게 맞추는 것 보다는 내가 변하는 것이 더 낫지않느냐"는 것이 그의 설명.

리어든 사장의 이처럼 적극적인 "동화"노력은 클라크의 글로벌 경영전략과 맞물려 막강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지난 98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적자 투성이의 지게차 부문을 사들일 때만 해도 지게차사업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애물단지"였다.

그러나 클라크는 인수 2년여만에 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작년 매출은 1천7백억원으로 지난 98년(7백억원)보다 2배이상 늘어났고 상당한 영업이익도 실현했다.

올해는 2만5천대 생산체제를 구축,2천8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라크는 한국내 지게차사업을 세계 경영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장기 비전 아래 작년 5월 아시아의 연구개발(R&D)센터를 창원으로 옮겼다.

리어든 사장은 "창원공장의 생산성은 미국의 2배가 넘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앞으로 클라크그룹의 차세대 모델 개발은 창원공장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실제로 국내 R&D센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트럭"등 신모델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개발 전략은 <>최첨단 안전및 환경 <>운전자 편의성 <>최고의 품질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글로벌 트럭의 디자인과 미세 기술은 미국 유럽 등의 지역 본사와 공동 작업으로 진행,시너지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클라크는 또 7백여개에 달하는 전세계 유통망을 활용,해외 영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유럽등에 현지 부품센터 건립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부품업계의 동반 발전을 도모,부품 국산화율을 8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가시적인 경영전략 외에 클라크는 국내에 모범적인 "투명경영"기법을 선보인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이다.

리어든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순간의 이익을 얻기위해 투명경영의 원칙을 어겨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비합법적 영업이나 불합리한 경영 형태를 배격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한 경쟁의 룰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나 "요령 피우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클라크는 또 매분기 마다 회사경영 실태를 전 직원들에게 정례 브리핑한다.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성취 동기를 진작시킨다.

당연히 기업구조도 수평적일 수 밖에 없다.

직원 각자가 재량과 책임을 동시에 갖도록 유도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아시아의 성공은 이같은 "열린 경영"시스템이 가족애 동료의식 등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와 잘 조화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