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캐트 <미국 시카고대 교수>

지난 92년부터 2000년 봄까지 미국 경제의 성과는 매우 놀라웠다.

고성장과 저실업 및 저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4%에 가까운 실업률은 미국의 역대 평균치보다,또 경제학자들의 예측치보다 훨씬 낮았다.

이러한 경제적 성과를 이뤄낸 노동시장의 요인에 대해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 등과 같은 하이테크 부문의 기업을 만들어낸 기업가적 활력이 그 힘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숨겨진 힘의 원천중 하나가 창조성을 증진시키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에 있다.

또 대학과 기업,정부 간에 존재하는 강력한 연계도 미국의 경제적 성공에 기여했다.

90년대 미국의 높은 경제적 성과에 기여한 노동시장의 또하나 강점은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유연성이다.

유연성의 결과로 기업들은 시장압력에 따라 다운사이징과 리스트럭처링을 해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기업들이 고용수준을 쉽게 조정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이뤄진다.

미국의 서비스 부문 기업들은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언제라도 가동하고 종업원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미국에서 눈여겨 볼 것은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개방을 통해 이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늘어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는 강력한 경제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에 들어온 여성의 증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재능을 보다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코넬대학에서 학부학생의 절반은 여성이고 사법대학원의 절반도 여성이며 의과대학원생의 거의 절반도 여성이다.

엔지니어링과 과학 부문에서는 아직 절반에 못 미치고 있지만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미국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은 프로그래머,관리자,과학자로서 하이테크 산업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25년간 많은 국가로부터 고급기술을 가진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큰 혜택을 보았다.

실리콘 밸리에 가면 컴퓨터 창업 기업들의 프로그래머,관리자와 경영자들이 이민자들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이주자들에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매력이 있고 노동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사실은 핵심적인 강점이다.

마지막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최근 미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에서 다양한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응은 기업의 국제적 성격의 증가,고객의 다양성,다국적 기업이 직면한 노동시장 압력으로부터 나온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노동시장 일부에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포함한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의 최하층 규모가 너무 크다.

노동시장의 최상층에서 발견되는 창조적 유연성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최하층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성격의 근로자 집단에 대응하면서 미국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여성 이민자 소수인종의 재능을 완전히 활용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으며 아직도 그렇게 하는 방법을 많이 배워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고통스런 문제는 다운사이징과 리엔지니어링의 사후효과다.

상품 수요가 떨어질 때 빠르게 근로자를 일시해고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본다.

그러나 반복되는 다운사이징은 이른바 "생존자 신드롬"을 만든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근로자들은 몸담은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된다.

이들 생존자들은 다음 번에 자신들이 일시해고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생산적인 일에 전념할 시간은 거의 없게 된다.

실제 AT&T가 최근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다가 남은 근로자들의 혼란스러움으로 신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AT&T는 회사를 다수의 작은 기업으로 쪼개서 다른 사업전략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지난 15년간 이른바 "윈-윈 교섭"이라는 게 상당히 퍼져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윈-윈 교섭은 노사가 단기적인 이익을 두고 다투기보다는 장기적 이익은 논하고 노사간의 문제점을 다루며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단계들을 포함한다.

이같은 윈-윈 교섭을 촉진시키는 것은 대학과 노사공동체간의 연계가 존재하느냐가 핵심이다.

윈-윈 교섭의 가장 큰 훈련자는 하버드 대학과 코넬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기업 및 관리자,노조원들과 함께 윈-윈 교섭 방법을 연구해왔다.

참고로 연방정부에 중재알선국에 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다.

연방정부는 노사 이슈에 대해 너무 수동적이고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뤄졌던 모든 것들을 한국이 똑같이 모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미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

또 미국의 장점 말고 단점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정리=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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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연찬회 강연내용을 간추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