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예리한 분석의 비관론과 빗나가는 허술한 낙관론.

둘 중 어느 쪽의 분석을 내놓는 애널리스트가 증시에서 살아남을까.

결론은 허술한 낙관론자다.

애널리스트의 세계에서는 ''나쁜 뉴스로는 돈을 못번다''는 게 통념이다.

증시침체 속에서도 월가에는 늘 핑크빛 분석이 주류를 이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파는 상품은 ''사실''보다는 ''가정(假定)''이다.

전망과 분석이 아무리 정확해도 비관론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구조적 딜레마다.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 한 애널리스트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일본증시전문 애널리스트인 런던의 로버트 브룩(44)이 주인공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일본 증시에 대한 리서치뉴스레터를 판매하는 프리랜서 애널리스트.

''일본 주가가 1만까지 붕괴된다''고 비관하는 증시의 희귀종 애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브룩의 비관론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이미 건설주 붕괴를 예언했다.

그 예언은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 것도 1997년이었다.

당시 닛케이평균주가는 1만8천5백엔 고지를 넘는 활황이었다.

은행주는 대세상승기의 랠리에 막 돌입한 상태였다.

그 활황의 시작에서 브룩은 ''닛케이평균주가 1만엔 도래''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예언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브룩은 자기가 먼저 침몰하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그는 고객중 절반을 잃었다.

그의 리서치뉴스레터를 받아보던 포트폴리오매니저 26명 중 13명이 구독을 중단했다.

일본 증시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인당 구독료가 연간 1만4천6백96달러이니 20만달러 가까운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런던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스미서스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없다.지적 보상만 있을 뿐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