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미지를 전부 지운다"

LG전자가 미국 자회사인 제니스의 브랜드 이미지에서부터 제품구성 유통망에 이르기까지 모두 바꾸는 "토털 마케팅 혁신"에 착수했다.

우선 광고 컨셉트를 "섹스보다 즐거운(Better than Sex)"로 바꿨다.

"신뢰와 친근감"이라는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가차없이 떨쳐버리기로 한 것은 제니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88%에 달하지만 첨단 이미지를 풍기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 마케팅 변신에 1억3천만달러 투입 =LG는 오는 2003년까지 제니스 재단장을 위한 마케팅에 1억3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올해만 4천만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광고비의 3분의1은 뉴스 전문 채널인 CNN과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 등으로 표적화시켰다.

뉴욕 현대미술 박물관에 ''제니스 라운지''를 설치하고 최근 선댄스영화제에 60인치 PDP(벽걸이) TV를 무상제공하는 등 각종 문화행사 후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제니스 브랜드의 아날로그 TV는 미국내 판매순위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TV는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LG는 ''제니스 디지털화'' 작업을 위해 3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미주법인이 있는 뉴저지에 파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니스 프로젝트는 LG가 브랜드 마케팅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중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구조조정을 추진,시카고의 제니스 본사 인력을 현재 1천명에서 연말까지 2백30명선으로 줄일 계획이다.

◆ 고급화전략, 히타치 필립스와 제휴확대 =시장에서 브랜드를 선도하는 소득 상위 10% 계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아래 고가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LG는 오는 10월 60인치 LCD(액정표시장치) 프로젝션 TV를 미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젝션 TV의 조달 창구인 일본 히타치사와의 제휴관계도 현재 단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에서 디자인 공동개발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LG필립스LCD와도 디지털TV 모듈을 공동생산키로 했다.

오는 3월 20인치 LCD TV를 시장에 선보이고 하반기에 22인치, 내년도에 29인치 LCD TV를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10인치 크기의 차량용 LCD TV 개발작업도 진행중이다.

LG가 이달 세계 최초로 선보인 60인치 PDP TV는 대당 판매가격이 2만7천9백99달러(3천6백만원 상당)로 고급 중형차와 맞먹는다.

LCD TV도 미국내 판매가격을 1천9백달러로 책정,한국보다 6백달러 이상 높게 유지하는 고가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 소수정예 광역딜러체제 도입 =기존의 2천여개에 이르는 제니스 딜러영업망을 대폭 정비, 1백5개 지역별 핵심 딜러체제로 정예화시키기로 했다.

뉴욕에 본거지를 둔 ''6th 애비뉴'' ''트위터그룹(tweeter group)'' 등 AV(오디오 비디오) 전문 유통체인과 제휴계약을 추진중이다.

디지털 브랜드의 시장가치를 결정짓는 구매력을 가진 이들 업체에는 최고 30%의 마진을 주는 출혈도 감수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K마트 등 기존 할인점에서는 디지털 TV의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싸구려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