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1일 대우 계열사 전 대표 3명을 구속하고 다른 임원들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오너''뿐 아니라 전문경영인에게도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은 수사 초반엔 김우중 회장 1인 중심의 대우그룹 경영스타일을 감안해 전문경영인까지 사법처리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법상 분식회계에 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전문경영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검찰관계자는 "분식회계의 궁극적인 책임이 김 회장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분식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져 김 회장 1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표이사들이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더라도 분식과 관련한 실무작업을 ''주도적''으로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경기가 악화되는데 대우그룹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점도 이들을 사법처리로 몰고 가게 만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그룹에 공적자금이 수십조원 들어간 상황에서 국민과 금융기관을 속인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근로자의 대량해고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구속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재계는 대우계열사 전 대표들의 구속소식이 알려지자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론을 의식한 ''사후처방''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러나 망한 대우그룹 관계자만 매질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망하기 전에 일관된 법의 잣대로 사전에 불법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 계열사 한 관계자도 "최고 경영진으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이 1980년대 해외 수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한 점과 개인 사리사욕을 위해 저지른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분식회계의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고 대부분 김 회장에게 책임을 넘겨 고의성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해외체류 중이어서 조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BFC를 통한 해외 비자금 조성과 사용부분에 대해선 수사가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2일 추가로 임원들을 사법처리하면 사건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