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중 하나는 여성이다.

지식정보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적.감성적.미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여성은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여성 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9일 여성부를 신설하고 초대 장관에 여성을 임명하는 등 여성지위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여성인력 활용 측면에선 후진국이다.

그 후진성을 서둘러 타파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경제의 핵심 과제중 하나다.

"21세기는 3F의 시대가 될 것이다"(홍승녀 P&E컨설팅 사장)

여기서 3F란 ''여성(Female)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명의 시기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이 경쟁력의 원천이란 얘기다.

정보통신과 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미래 유망산업에서 최근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벤처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은 한둘이 아니다.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이영아 컨텐츠코리아 사장, 김이숙 이코포레이션 사장,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 등은 내로라하는 벤처 CEO(최고경영자)들이다.

벤처업계만이 아니다.

''여행원''으로 상징됐던 은행에서조차 여성들이 임원 자리에 오르고 있다.

김명옥 서울은행 상무, 서송자 산업은행 IT 본부장 등이 그들이다.

신용금고업계에선 서울 신안금고 임채연 사장 등 대표이사만 4명이나 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선 일부 스타급 여성들의 활약이 화젯거리가 되는 정도라는 것.

전체적인 여성의 활동여건은 열악한게 현실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00년도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의회진출과 행정관리직 전문기술직 비율 등을 감안한 한국의 여성권한 척도는 70개국중 63위로 최하위권이다.

고학력 여성은 많지만 전문대졸 이상 여성의 취업률은 17.7%로 남성의 27.9%에 크게 못미친다.

16대 국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은 고작 5.9%.

지방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더 낮아 2.3%에 불과하다.

경제분야만 봐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사업체중 여성이 대표자인 사업체 비중은 지난 99년 33.6%였다.

97년의 32.4%에 비해 소폭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종업원 5인 이상 기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기업 비중은 2.9%에 그친다.

한국인의 반은 여성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인적자원중 정확히 절반은 바로 여성이란 뜻이다.

더구나 여성은 미래 정보화사회에 긴요한 섬세함과 부드러운 감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발목을 묶어 놓고는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으로 인식하고 대우하지 않은 나라는 후진국으로 낙오할 수 밖에 없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과 법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여성부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크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