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가 건전한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자금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철저한 은행들은 앞으로 자기자본을 지금보다 더 적게 쌓아도 된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과 은행들은 해외자금 조달금리가 높아지는등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각국 은행들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기준을 설정하는 국제협의체인 바젤위원회는 16일 은행의 자기자본기준과 관련,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하는 새로운 조정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5월말까지 이 조정안에 대해 회원국의 평가를 받은뒤 내년말 최종안을 발표한후 오는 2004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번 조정안에는 컴퓨터오작동 등의 영업리스크가 은행권의 리스크관리 규정에 새로 포함됐다.

담보나 보증이 있는 여신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낮췄다.

또 은행들이 내부평가 등급에 기초해 기업에 대한 여신비율을 결정하도록 했다.

은행의 신용리스크는 대출기업의 신용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대출의 편중여부로 평가받게 된다.

특히 은행의 기업대출에 대해 그동안 일괄적으로 적용해오던 위험가중치를 기업의 재무상태에 따라 차등화하도록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우량기업이나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에 돈을 빌려줄때 일률적으로 대출금 전액을 위험자산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정안에서는 기업별로 대출금에 대한 위험자산편이 비율을 차등화,우량기업에 돈을 빌려줄 경우에는 BIS비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반면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에 돈을 빌려줄때는 충당금 쌓기 등으로 자본을 확충토록 함으로써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은 줄어들게 됐다.

이와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개도국의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도국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선진국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아 오히려 조달금리가 높아지는등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정안으로 경기변동에 따른 은행의 여신관리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기호황때는 기업의 리스크가 낮아져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반대로 경기둔화때는 은행들이 지금보다 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심각한 돈가뭄에 빠져들게 되고 경기회복이 훨씬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