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가 새해 벽두부터 여야간 정쟁으로 실체규명도 못한채 공전만 거듭해 빈축을 사고있다.

총 1백9조6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자금의 운용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국민의 관심속에 6일 열린 국회 공적자금 운용실태규명 국정조사 청문회는 여야 의원간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회의를 열지 못하는 진통을 겪었다.

야당측은 이날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진만 한빛은행장 위성복 조흥은행장 등 시중은행장 9명과 양승우 제1차은행경영평가위원장 등 4명을 동시에 신문하자고 주장한데 반해 민주당은 개별 신문을 요구,저녁까지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지루하게 자신의 입장을 개진해,바쁜 일정을 보류한채 청문회에 나온 금융기관 대표들은 대기실에서 마냥 개회를 기다려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 의원과 정철기 의원 등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모든 청문회는 개별신문이 원칙"이라며 각 증인과 참고인을 개별적으로 청문회장에 출석시킨 가운데 신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간사인 이강두 의원과 안택수 이성헌 의원 등은 "한빛청문회도 증인들을 한꺼번에 출석시키고 있다"면서 "파장을 축소하고 은행장들과 19일 출석할 전.현직 장관들을 보호하려는 저의가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도 개별적으로 신문하는 것이 원칙이며 증인이나 참고인은 동석시키지도 않는다"면서 "이는 다른 증인의 진술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원의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여야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차에 걸쳐 간사단회의를 열어 이견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하루에 두 그룹으로 나눠 신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한나라당측이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선 일괄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해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증인과 참고인을 한꺼번에 출석시켜 일괄 신문할 경우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기관별.증인별로 집중 신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한나라당은 절충안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공적자금 관리.회수과정에서 청와대,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의 책임부문이 애매한 만큼 일괄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3일간의 공청회에도 불구,진실규명에 실패한 국회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 국정조사특위도 이날 여야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참고인 출석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여 회의가 1시간 이상 정회됐다.

결국 사건의 진실규명 보다는 여야간 정쟁으로 청문회가 제기능을 못한것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