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포항제철간 냉연강판 구조조정 논란에 연합철강이 가세, 철강업계의 ''냉연 전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철강의 이철우 사장은 16일 서울 역삼동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한 기자 간담회를 자청,현대강관과 합병은 가능하지 않으며 응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철강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연합철강과 현대강관이 합병,냉연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설비 과잉 문제는 결자해지의 평범한 진리에 의해 해결하는 것만이 향후 철강업계 발전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후발 참여자인 현대강관을 겨냥한 뒤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동차 사업에 전념하고 냉연사업에서는 손을 떼라"고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예상된다.

이 사장은 "지난 99년말 현대측과 냉연부문 합병을 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 연합철강이 표면처리전문 분야에 특화한 반면 현대는 자동차용 냉연 설비를 가동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합병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오간 질문 응답을 간추린다.

-냉연 구조조정을 위해 현대강관과의 합병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는가.

"불가능하다.

연철의 냉간 압연설비는 포항제철과 현대강관, 동부제강 등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 생산용 설비와 특성이 다르다.

현대가 연철을 흡수 합병해야 하는 것처럼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로 불쾌하다.

연철은 강관사업 부문을 과감히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이 2000년 상반기 지준 94%로 낮추는 등 국내 철강업계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건실하다.

우리는 또 그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온 반면 투자를 제대로 못해 2천억원 가량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2년 전 현대강관과 합병을 논의했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당시는 연철이 특수표면처리 설비로 특화하기 전의 상황이었다.

99년말 철강업계 원로들의 권고도 있고 해서 현대측과 만나 상호 자산실사 등을 통해 합병 조건을 논의하자는 정도까지 얘기가 됐었다.

그러나 현대가 일본계 오데마치 펀드로부터 자본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다만 현대측에서 요청해 올 경우 자본참여를 통한 경영권 인수는 이사회 결의로 충분한 만큼 조건에 따라 검토할 수는 있다"

-어떤 조건을 말하는가.

"우선 현대강관이 자산 규모를 최소한 매출액 이하로 줄여야 한다.

고정자산 회전율이 1 이하여야 한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 현대자동차 그룹은 냉연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세계적으로 자동차회사가 강판을 직접 만드는 예는 없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