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 한국경제연구원장 >

개혁이란 우리의 행태를 바꾸려 하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 선진국 국민들의 행동이나 어떤 이상적 기준에 비추어 볼때 미흡하기 때문에 개혁을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각종 조직과 단체를 만들어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어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구성원인 개인이나 조직 및 단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경기규칙을 만들어 내게 된다.

따라서 어느 국가나 사회의 시스템이든 개인과 개인의 집단인 조직이 있고 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제도'' 즉 ''경기규칙''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한 사회구성원들의 일반적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바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경기규칙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국민들의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개혁이란 개인을 사정하고 처벌하는 차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 사회의 행동규칙인 제도를 고치는 작업이어야 한다.

제도를 고친다는 것이 개혁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시스템을 개혁한다는 것은 바로 제도개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위규칙 혹은 경기규칙으로서의 제도는 다양한 내용을 갖는다.

우선 사회구성원들간에 공유하는 문화 가치관 관행 등 비공식적인 규칙에서부터 공식적인 법률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를 규율하는 모든 공식.비공식 행위규칙을 포함한다.

물론 공식적인 법규가 얼마나 엄격히 집행되고 있느냐도 제도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그동안의 우리 개혁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미흡했다.

국민들이 왜 문제 있는 특정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원인 규명도 없이 국민들을 비난하고 처벌하는데 치중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그 결과는 개혁의 지지부진과 개혁피로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을 사정했지만 정치 관련 제도의 개혁이 없다 보니 정치는 깨끗해지지 않았다.

재벌개혁을 한다고 재벌총수들을 처벌하고 각종 규제를 해 보았지만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아 기업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개혁 공공개혁 교육개혁 사법개혁 등등 많은 분야의 개혁도 이와 같이 해당 분야의 경기규칙인 제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개선 없이 대증적 규제만 하다 보니 큰 성과 없이 피로만 쌓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 개혁의 과제는 우리의 행동 그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전체 시스템 구성인자 중에서 우리 행동을 규율하는 제도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순리에 따라 문제행동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