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천년"으로 잘 알려진 엑토즈소프트.

이 회사는 지난 7일 대만의 게임서비스 업체인 세인트허밋사와 2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수출은 현지 판매수익의 25% 정도를 로열티로 추가로 받는 조건에서 이뤄졌다.

벤처기업으로선 결코 적지않은 규모이다.

더욱이 이번 수출은 최근 국내 IT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침체에 빠져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업계의 신선한 주목을 받았다.

엑토즈소프트가 대만 수출을 성사시킨 것은 "불황을 수출로 뚫는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 회사 이진호 해외영업이사는 지난해 4월부터 대만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현지 바이어들을 설득시킨 결과 8개월여만에 수출계약을 따냈다.

"처음에는 과연 현지 시장성이 있을까 우려도 많았지만 국내에서 침체된 수요는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는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엑토즈소프트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마지막왕국" 등 다른 게임 소프트웨어의 수출도 적극 추진해 올해 해외에서만 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엑토즈소프트처럼 해외진출로 IT업계 불황을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벤처업계 전반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벤처기업가 1백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올해 주요사업으로 해외진출을 꼽았다.

통신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단말기업계에서 팬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평소에도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술력만 있으면 벤처기업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박 부회장은 이같은 신념으로 지난해말 미국 모토로라에 6억달러 규모의 휴대폰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통신단말기업계 수출로는 사상 최대액수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해내지 못한 성과이다.

박 부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중국시장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게임업체들의 해외진출은 특히 활발하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대만 감마니아를 통해 자사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수출하면서 로열티 수입으로만 11억여원을 거둬들였다.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에서 6개의 합작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넥슨(대표 김정주)도 지난해 미국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에 게임을 수출한데 이어 올해에는 수출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게임업체로는 비교적 일찍 수출에 나선 판타그램(대표 이상윤)은 올해 자사 PC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를 45만장이상 수출해 1백80억원의 해외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남미지역 출시에 이어 2월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나모인터렉티브(대표 박흥호)의 해외진출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나모는 지난 99년부터 홈페이지 제작도구인 나모웹에디터 등의 수출에 나서 작년에 해외에서만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동남아 유럽 등 23개국에 수출중이며 올해는 지난해 두배정도인 40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나모 관계자는 "작년 10월 미국에서 나모웹에디터가 매크로미디어 어도비 등 해외 웹저작도구를 제치고 벤치마킹 대상 1위에 오르면서 미국 전역 매장에서 맨 앞에 전시될 정도"라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는 솔루션업계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최근 기업의 업무자동화 솔루션인 워크플로를 미 상무부뿐 아니라 포춘이 선정한 50대기업중 하나에 공급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육상균 사업전략이사는 "미국의 경우 3년전부터 진출해 터를 닦아 놓은게 이제서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2003년께면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수익성 부재로 고전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업계에서는 애니웹(에이아이넷.대표 이상우)이 해외진출을 성사시켜 관련업계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이스라엘 등에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북미와 유럽지역에도 내보낼 계획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